지방선거 후보자 명함을 보며
몇 년 전 지방선거 즈음이었다.
박 부자의 출근길을 배웅하는데, 큰 사거리에서 지방선거 후보 당사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한 쪽에는 빨간 옷을, 맞은 편에는 파란 옷을 입고 있었다.
후보자 옆을 지나고 있을 때 나에게 명함을 건넸다.
명함을 받아보니,
앞 장에는 사진과 성함, 소속 등이,
뒷 장에는,
OO초등학교 몇 회, OO중학교 몇 회, OO고등학교 몇 회, 미국 OO대학교 OO과 졸업,
OO협회 위원,
OO라이온스 클럽 회장,
OO총동창회 회장,
OO협회 이사 역임,
OO자문위원,
OO환경단체 위원
무슨 무슨 표창, 무슨 무슨 상 시상,
무슨 무슨 책 출간,
…
등등이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하물며 볼링협회 회장이란 직함도 적혀 있었다.
그 명함을 보고 나는,
‘아니, 순 자기 자랑 뿐이네. 얼마나 적어 놨는지 칸이 모자란다. 명함 하나를 봐도 무슨 마음으로 나왔는지 눈에 뻔히 보인다. 당선되 멋진 직함 하나 더 자랑하려고 나온 거지 뭐. 역시 우리나라 정치는 안 돼. 자신의 정치 이념이나 정책 노선은 하나도 없고 볼링협회 회장이라는 것까지 적어놨노. 도대체 볼링협회 회장한 거랑 무슨 상관이야. 어휴~ 아직 멀었다, 멀었어. 수 년 동안 그 많은 후보자들 중에 제대로 된 인물이 어찌 하나도 없냐. 궁시렁~ 궁시렁~’
라고 탄식했다.

박 부자에게 배운 선거 후보자들을 보는 마음가짐
내가 그렇게 속으로 한탄하던 와중에, 옆에 있던 박 부자는 인사하는 후보자를 보더 나에게,
“저렇게 하루 종일 서서 인사하면 얼마나 힘들겠노. 참 안 됐다. 다 당선됐으면 좋겠다. 맞재?”
라고 하지 않는가.
박 부자의 물음에,
“그래, 맞다. 자기 말대로 다 당선됐으면 좋겠다.”
라며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했지만, 순간 크게 느낀 바가 있었다!
남자는 이성적, 여자는 감성적이라고 했던가. 선거를 떠나 먼저 한 인간으로서 그들을 애뜻하게 바라보는 박 부자의 여린 감성에 탄복했다.
‘아, 아… 나는 단순히 명함만 보고 나름의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구나. 선거공보도 제대로 보지 않았고, 우리 지역 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해 알아볼 생각조차 없었으면서 비난부터 했구나. 나는 출마할 자격조차 되지 않으면서, 정치와 선거에 무관심하면서, 무턱대고 정치와 정치인 욕만 하다니.’
정치가 어떠니, 대통령이 어떠니, 사회가 어떠니, 주절 주절 대기 전에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마음가짐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인간이 하는 것이고, 정치인도 인간이다. 사람 하는 일이 어찌 완벽할 수 있겠는가. 시의원, 도의원, 시장, 도지사, 교육감, 국회의원, 대통령 모두 어떤 부모들의 자식들이요, 어떤 자식들의 부모들이요, 어떤 이들의 친구들이며, 어떤 가족의 친척들이다. 미우나 고우나 대한민국의 국민들인 것이다. 따라서, 인간적인 면에서 그들의 수고를 헤아려 줄줄도 알아야 한다. 자기들도 나름대로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들이라도 없으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가 되고 만다. 나는 다가오는 2026년 6월 3일 9번째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적절한 인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혜를 갖추어 나가야겠다.
모든 일에는 교훈이 있다.
정치가 마음에 안 들수록, 오히려 내가 더 잘해야겠단 생각을 해 본다.
어차피 이것이 현실이므로, 매사 무조건 비난하는 나의 습관 또 고쳐 나가야겠다.

방문해주신 부자님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어진 사람을 보며 그와 같이 되기를 생각하고, 어질지 않은 사람을 보면 속으로 스스로 반성하라.
– 공자 –